놓고 더듬어대고 있었다새벽 두시가 넘어서자 한종운은 머리끝까지 화가
놓고 더듬어대고 있었다새벽 두시가 넘어서자 한종운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제까지 영애가 이렇게 늦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대학 1학년 때와는 영애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작년에는 늦어야 열시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열한시가 보통이고 어느때에는 열두시가 넘어서 들어온 적도 있었다제 엄마는 무조건적인 어미의 사랑으로 걱정을 하지만 이쪽은 엄격한 통계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조적인 성격이라고 봐도 되었다 오늘도 영애는 친구와 노닥거리다가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단단히 버릇을 가르쳐 줄 때가 되었다그러자 전화벨이 울렸다이리 내허겁지겁 전화통을 잡는 마누라에게 호통을 치고 난 한종운은 수화기를 뺏어 들었다여보세요거기 한종운 청장댁 맞습니까낯선 사내의 목소리였다그렇소만한종운 청장이십니까그래요한종운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30년 가까운 경찰생활을 하면서 갖은 경험을 다 해 보았었다 한때는 날리는 형사과장으로 범죄자들을 소탕하기도 했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예감을 믿었고 그것이 지금 심상치 않은 것이다거기 어디시오그건 알 것 없고자르는 것 같은 그쪽의 대답에 한종운은 선뜻해져서 수화기를 움켜 쥐었다당신 딸 한영애를 우리가 데리고 있는데 지금 문 밖에 나가보면 봉투 한 개가 놓여져 있을 거요 그걸 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합시다 빨리 서두르시오 딸을 온전하게 두려면그리고는 전화가 끊겼다수화기를 움겨쥔 채 한종운은 마누라를 바라보았다 눈은 부릅떠져 있었지만 시선은 그쪽을 보는 것 같지 않았다누구예요긴장한 마누라가 물었다무슨 전화예요아냐 공무야자리에서 일어선 한종운은 현관문을 열고 돌계단을 내려왔다 집 안은 조용했고 마당에 매어놓은 삽살개가 길길이 뛰어올랐다 대문을 연 한종운은 두툼한 노란색 대형 봉투를 보았다 잠시 골목 앞쪽을 휘둘러 본 그는 결심을 한 듯이 봉투를 집어 들고는 대문을 닫았다 다시 응접실로 돌아온 그는 마누라가 이곳저곳에다 전화하는 것을 보고는 잠자코 서재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갔다 의자에 앉아 봉투를 연 그는 그속에 비디오 테이프 한 개가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서둘러 테이프를 비디오 플레이어에 끼워 넣었다하얀 점선으로 이어진 자막이 나오더니 곧 한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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